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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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토요판 커버스토리]진짜 富者들

  • 작성일 2014-01-25
(2014.01.25)

눈에 띈 건 새까만 맨손이었다. 구두닦이 전용출 씨(54)는 광을 낸 구두를 손님에게 건넸다. 얼마예요? 그는 손님의 입 모양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화이트보드에 매직펜으로 이렇게 적었다. 3000원. 전 씨는 20년 넘게 서울 중구 신당동 약수역 사거리의 구둣방을 지켜 왔다. 그러나 누구도 그의 목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아다.

전 씨는 기자에게 통장을 보여 줬다. 매달 4만5000원이 과테말라의 청각장애 어린이 마리엘라(11, 여)에게 송금되고 있었다. 구두 15켤레를 닦아야 손에 쥐는 돈. 그는 비자금 통장이라는 뜻으로 손가락을 입술 앞에 세웠다. 전세 보증금 1억 원이 전 재산인 그가 1만3000km나 떨어진 곳에 사는 장애 어린이에게 돈을 부치는 이유가 궁금했다.

사연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씨는 다섯 살 때 홍역을 심하게 앓은 뒤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병원 치료도, 안수기도도 소용없었다. 열 살 때 병으로 앓아 누운 어머니를 대신해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그렇게 구두통을 잡았다. 어떤 손님은 전 씨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자 구두통을 걷어찼다. 그럴 때마다 가슴속으로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른다.

전 씨는 2012년 12월 우연히 TV에서 제3세계 빈곤 아동들의 실태를 목격했다. 열 살배기 구두닦이였던 자신의 모습이 겹쳐졌다. 국제어린이양육기구인 컴패션에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요청해 마리엘라를 알게 됐다. 넉넉하지도 않은 형편에 누굴 돕느냐는 핀잔을 들을까 봐 아내에게는 비밀로 했다.

기부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전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해 답답함을 안고 살았다. 대학생 아들에게 소리를 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었던 게 한(恨)이었죠. 김애식 노량진농인교회 목사(51, 여)가 가슴을 치는 전 씨의 수화를 통역해 줬다. 하지만 기부를 시작한 뒤 그런 답답함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했다. 전 씨는 기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런 건 모른다는 듯 한참 손을 내젓다가 화이트보드에 이렇게 적었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

 

(2014.01.25)

눈에 띈 건 새까만 맨손이었다. 구두닦이 전용출 씨(54)는 광을 낸 구두를 손님에게 건넸다. 얼마예요? 그는 손님의 입 모양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화이트보드에 매직펜으로 이렇게 적었다. 3000원. 전 씨는 20년 넘게 서울 중구 신당동 약수역 사거리의 구둣방을 지켜 왔다. 그러나 누구도 그의 목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아다.

전 씨는 기자에게 통장을 보여 줬다. 매달 4만5000원이 과테말라의 청각장애 어린이 마리엘라(11, 여)에게 송금되고 있었다. 구두 15켤레를 닦아야 손에 쥐는 돈. 그는 비자금 통장이라는 뜻으로 손가락을 입술 앞에 세웠다. 전세 보증금 1억 원이 전 재산인 그가 1만3000km나 떨어진 곳에 사는 장애 어린이에게 돈을 부치는 이유가 궁금했다.

사연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씨는 다섯 살 때 홍역을 심하게 앓은 뒤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병원 치료도, 안수기도도 소용없었다. 열 살 때 병으로 앓아 누운 어머니를 대신해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그렇게 구두통을 잡았다. 어떤 손님은 전 씨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자 구두통을 걷어찼다. 그럴 때마다 가슴속으로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른다.

전 씨는 2012년 12월 우연히 TV에서 제3세계 빈곤 아동들의 실태를 목격했다. 열 살배기 구두닦이였던 자신의 모습이 겹쳐졌다. 국제어린이양육기구인 컴패션에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요청해 마리엘라를 알게 됐다. 넉넉하지도 않은 형편에 누굴 돕느냐는 핀잔을 들을까 봐 아내에게는 비밀로 했다.

기부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전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해 답답함을 안고 살았다. 대학생 아들에게 소리를 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었던 게 한(恨)이었죠. 김애식 노량진농인교회 목사(51, 여)가 가슴을 치는 전 씨의 수화를 통역해 줬다. 하지만 기부를 시작한 뒤 그런 답답함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했다. 전 씨는 기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런 건 모른다는 듯 한참 손을 내젓다가 화이트보드에 이렇게 적었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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